'토종 증권사'에 밀렸다…'상장 일감' 증발한 글로벌 IB

입력 2024-01-17 14:59   수정 2024-01-18 16:56

이 기사는 01월 17일 14:5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조(兆) 단위 기업가치를 넘보는 '기업공개(IPO) 대어'들이 주관사단을 한국 증권사로 꾸리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토종 증권사들의 공모주 판매 역량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선정 절차 과정에서 편의 추후 공모 절차를 앞두고 외국계 주관사를 추가 선정하는 기업도 속속 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21년 LG엔솔 이후 외국계 증권사 대표주관 실적 '제로'
토스 운용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날부터 국내 증권사를 대상으로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한다.

이번 PT에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 빅5를 비롯해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받은 국내 증권사가 모두 참여한다. 외국계 증권사에는 입찰 제안요청서조차 보내지 않았다.

SLL중앙, 롯데글로벌로지스, 라인게임즈 등 1조 이상 기업가치를 노리는 비상장 기업들도 IPO 주관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국내 증권사로만 후보를 추렸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현 HD현대마린솔루션)만 대표주관사단에 JP모간, 통합 UBS(UBS-CS)를 끼어넣었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 중 외국계 증권사가 대표 주관사로 맡은 거래는 2022년 1월 LG에너지솔루션 이후 2년간 명맥이 끊겼다. 컬리, 케이뱅크,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등이 JP모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골드만삭스 등을 국내 증권사와 함께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지만, 나란히 증시 입성에 실패한 결과다.

국내 주관사의 외국계 투자자 섭외 역량이 높아지면서, 1조 이상 IPO 대어의 주식 판매 작업도 매끄럽게 진행한 결과다. 2020년 카카오게임즈를 시작으로 2021년 SK바이오사이언스, SD바이오센서 등이 국내 주관사만으로도 흥행에 성공했다. 작년에도 파두,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이 국내 주관사와만 호흡을 맞춰 공모 흥행을 끌어냈다.

IB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조단위 IPO 대어면 당연히 외국계 증권사에 주관업무를 맡겨 해외 세일즈를 맡겼다”며 ”최근엔 국내 증권사의 해외 네트워크가 확장되면서 국내 증권사사만으로도 앵커 투자자 격인 유수의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의 계약으로 외국계 증권사 합류 가능성
한국 증권사들은 외국계 증권사에 비해 깐깐한 한국의 상장 절차와 금융당국 규제를 상대적으로 잘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외국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에 깔린 인적 네트워크가 더 탄탄하고, 상장 규정도 더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증권사 선호도가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엔 증권사로부터 입찰제안서를 접수한 뒤 숏리스트를 추려 PT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숏리스트를 추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단순히 공모 업무뿐 아니라 시장 현황, 상장 전략, 미래 성장 전략, 지배구조 개선, 법무 등 경영 자문 영역을 포괄하는 서비스를 복수로 받기 위해서다.

통상 PT는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다수 국내 증권사의 PT를 차분히 진행하려면 외국계 증권사 일정까지 잡긴 쉽지 않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여전히 외국계 증권사의 존재감이 적지 않단 분석도 나온다. 작년 말 코스닥 상장 절차를 중단한 엔카닷컴의 경우 최대주주인 호주 카세일즈홀딩스가 국내 주관사보다 외국계인 크레디트스위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의사결정을 했다.

국내 증권사로만 먼저 주관사를 선정한 뒤 시간이 지나 상장 작업을 본격화하기 전에 해외 주관사를 선정하는 경우도 있다.

게임 개발사 시프트업은 최근 JP모간을 공동 대표 주관사로 추가 선정했다. 작년 5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공동 대표 주관사로 선정한 지 약 8개월만이다. 올해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착수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으로 해석됐다.

비바리퍼블리카 등 다른 기업들도 증시 입성을 위한 본격적인 몸만들기가 끝나갈 때쯤 추가로 외국계 증권사를 합류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들 기업은 앞서 프리IPO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외국계 증권사와 네트워크를 구축해둔 상태다. 별도 경쟁 없이 수의 계약 형태로 주관계약을 맺으면 된다.

한 대형 증권사 IPO 실무진은 “상장 작업 초기 단계부터 대규모 주관사를 꾸리면 정보 교류 및 통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며 “소수의 국내 증권사와 사전 준비를 마친 뒤 해외 세일즈를 위해 친분이 있는 외국계 증권사를 나중에 합류시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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